2022. 9. 5. 15:58ㆍ가장 특별한 오늘의 기록 📝
8월 25일 오늘 하늘.
드디어 오늘, 근 1년 반 동안 치아에 붙어 있던 고철을 떼어냈다. 😬
오랜만에 맨들거리는 혀로 느껴보니 기분이 실로 이상하다.
다음 주부터 유지 장치를 껴야 한다고 하긴 하는데, 일단은 지금의 매끈 이를 누리려 한다.
강남에서 딱딱 이에서 매끈 이가 된 뒤로 거리로 나왔더니,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.
매끈 이가 되어 기분도 좋겠다, 매끈 이가 된 김에 아침에 공복 러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화를 사러 가게로 들어섰다. (향수를 사러 가지 않은 것이 어디 인가. 한 번 가면 돈을 왕창 썼을 것이 분명하다.)
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.
들어 서자 마자 마음에 드는 신발을 발견했다.
좋아하는 색에 깔끔하게 빠진 디자인, 그리고 평소 좋아하던 브랜드까지.
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.
그렇게 들어 간 김에 단화를 장바구니에 넣었다.
한 층을 더 올라가서 러닝화를 둘러보니, 평발을 위한 아치형 운동화가 있다고 한다.
이거구나 싶어, 그 또한 장바구니에 넣었다.
이렇게 나는 러너(Runner)가 되었다. 🏃🏻♀️
공복에, 저녁에 러닝을 하게 된 김에 바람 막이와 운동용 반바지도 하나 담았다.
… 담다 보니 핸드폰과 물통만 담고 달릴 작은 가방도 필요할 것 같아 작은 힙색도 하나 담고 말았다.
(어쩌다 이렇게 많이 담았지 싶었지만, 전부 필요한 것들이었기에 더이상 의심치 않았다.)
그렇게 필요했던 것들을 왕창 사고 거리로 나서니,
주머니는 가볍고 손을 무거운데 한 두 방울 이던 비가 세 네 방울로 퍽 매서워졌다.
그렇다고 뛰기는 싫어, 발걸음을 재촉하여 지하철로 들어갔다.
그렇게 돈도 썼겠다, 매끈 이도 가졌겠다.
높아진 기분을 안고 집 앞 역에서 내렸더니,
오늘 행복한 나의 하루를 응원해 주는 듯 붉고 아름다운 하늘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.
솜사탕같이 달달한 구름들이 하늘 위를 거닐고
붉은 태양이 고개를 숙여 은은하게 비추어 마치 만화 속에 들어 온 것같은 착각을 일으켰다.
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산책하는 사람들, 커피 한 잔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,
그리고 누구보다 여유롭게 풀 숲에 앉아 길을 거니는 비둘기들..
오늘 하루 고생 많았고 포근한 곳으로 잘 돌아왔노라고,
꼭 안아주는 것같아서
집에 가는 길에 마스크 속에서 웃음이 피어 올랐다.